여물 끓이는 소리 우리시11월 여물 끓이는 소리 / 김금용 뜨끈하게 끓였으니 많이 먹게, 한겨울 잘 먹고 쉬어야 내년 봄 다시 일 나가지 하얀 김 뿜어내며 기분 좋은듯 눈 한번 껌벅이며 먹기 바쁜 누렁이소 할아버지랑 말씀 나누시는 줄 알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닮았다 여든 살 할머니가 소죽을 쑤신다 동이 트기도 .. 시 2007.11.20
따뜻한 그리움 시 따뜻한 그리움 찻잔을 싸안듯 그리움도 따듯한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생각하면 촉촉이 가슴 적셔오는 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라면 좋겠네 내가 너에게 기대고 또 네가 나에게 기대는 풍경이라도 그렇게 흐믓한 풍경이라면 좋겠네 성에 낀 세상이 바깥에 매달리고 조그만 입김 불어 창문.. 시 2007.11.14
개망초꽃 추억/홍해리 우리시 개망초꽃 개망초꽃 추억 막걸리 한잔에 가슴 따숩던 어둡고 춥던 육십년대 술 마셔 주고 안주 비우는 일로 밥벌이하던 적이 있었지 서문동 골목길의 막걸리집 인심좋고 몸피 푸짐한 뚱띵이 주모 만나다 보면 정이 든다고 자그맣고 음전하던 심한 사투리 경상도 계집애 좋아한다 말은 못하고 .. 시 2007.10.07
고개숙인 가을 시 고개숙인 가을 2~4 민 주 여름 내내 푸른 낟알을 들쳐 메고 자리를 지키더니 높고 푸른 하늘 그 시원한 바람 아래 노란 수를 놓고는 황금빛 물결 따라 이제야 네 몸을 맡기는구나 뜨겁게 내리쬐는 햇님 아래 화려한 얼굴들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할 때도 묵묵히 참고 견디더니 황금빛 통통하게 여.. 시 2007.09.30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 시/이정하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 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으나 늘 더듬거리며 가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눈부시고 괴로워서 눈을 감고 가야 하는 길 그 길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행로 입니다 그 길을 우리는 그대와 함께 가길 원하나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나 혼자 힘없이 걸어가는 때가 .. 시 2007.09.21
홍련/고미숙 우리시 9월 홍련紅蓮/고미숙 외발로 비 맞고 서 있는 홍학紅鶴이로구나 어느 질척한 인연으로 한 발 접어 가슴에 묻고 한 발 진흙밭에 푸욱 빠뜨린 채 저리 파닥이는가 날지도 머물지도 못하고 시 2007.09.15
생일/김유정 우리시 9월.. 생일 / 김유정 한 포기 사랑 이었다 꽃등불 밝힌 지상의 방 한 칸 몇 알의 열매를 남기고 훅 불을 끈다 들이쉬는 첫 숨이 내쉬는 마지막 숨에 닿아 고인 생을 왈칵 토해낸다 저 세상이 떠들썩할까 태어난 날이다 시 2007.09.12
구절초/목필균 우리시 9월 구절초 / 목필균 보랏빛 너를 만나면 쭈글쭈글한 외할머니 냄새가 난다 마음에 병이 깊어 누워 계셨던 엄마 입에 환약 넣어주신 까아만 환약 한여름을 앓고 난 맥빠진 기운 시린 바람에 기댄 아낙네를 위해 세월을 달여 환을 진 구절초 가을 들판에 나부끼는 널 만나면 들국화 여린 꽃잎이 .. 시 2007.09.08
관계ㅡ담쟁이와 소나무 우리시7월 관계 -담쟁이와 소나무 누구라도 감고 올랐을 거야 내게 그건 삶 자체니까 널 감고 활활 타오르다 절망, 절망, 바스러져 내릴 때 보았지 너도 모르게 속 단풍 들다 금세 추스르고 마는 너를 세상으로 향하던 날카로운 시선들 일제히 초록바늘이 되어 네 속살 찔렀던 게지 그러는 동안에도 나.. 시 200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