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음이 따뜻해지는 날
친구
손을 잡고 걸어가는
한겨울 날씨가 포근하면 도리어 좀 불안해집니다. 이러더가 또 한 번
춥겠지 싶어서지요.
추울때는 춥다고 호들갑이다가 정작 날이 좀 풀리면 그게 또 미덮지가
않다고 투정을 합니다.
어저께 볼 일들 마치고 저물어서 나가다가,오십 대 중반쯤의 남성 두
분이 약주가 거나한 채로 손을 꼭 잡고 걸어오는 걸 마주쳤습니다. 뭔
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따뜻했고요.
"남자들끼리 무슨 재미로 손을 잡고 가나,참 볼썽 사납게". 이런 말씀
하실수도 있겠지요. 그렇치만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분들로 보였습
니다. 이러저러한 곡절을 치르며 반생을 살아온 두 친구가 모처럼 만나
한 두 잔 나누었겠지요. 푸념도 하고 덕담도 했겠지요. 그런 끝에 서로
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깊은 한숨도 쉬었겠지요.
개구쟁이 시절에는 저도 그랬습니다. 동무들끼리 손을 잡고 신바람이
나서 동네를 쏘다닐 무렵에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습니다.
조금은 비틀거리면서, 그래도 서로 손을 꼬옥잡고 걸어가는 그 분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더운 기운이랄까요. 뭔가 따뜻한 미더움 같은 것
이 느껴졌습니다.전혀 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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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 한 그릇'(도서출판 큰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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