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그 릇
밥하던 아내가
포개진 밥그릇이 빠지지 않아
나에게 들고 왔다
한 그릇에 조금 작은 그릇이 꼭
끼어있다
그릇이 그릇을 품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당신의 아픔
당최, 힘주어 당겨도 꼼짝하지 않는다
물기에 젖어 안으로 깊어진 마음
오늘은 저리 꼭 맞았나보다
한번쯤 나는 등 뒤에서 너를 안아
보고 싶었다네
선반 위,
씻긴 두개의 밥그릇이
봉분처럼 나란하다
시인/고영민
'장재선의문학노트': 문학인들은 '밥을 번다'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
다.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한다라는 의미가 '밥'이라는 귀한 단어를
만나 훨씬 절실해지는 까닭입니다.
시인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일들을 통해 삶을 통찰하는 탁월
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개진 밥그릇을 통해 사랑하는 이
이의 속내를 헤아리는 마음이 웅숭깊습니다. 마지막 구절은 밥그릇
이 삶과 죽음을 통섭하는 것임을 서늘한 시선으로 알려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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