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가장 사랑해?

봄날3 2008. 3. 20. 13:52

 

 누굴 가장 사랑해?

 

 그는 가고 없지만 오늘도 그가 만든 노래는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이십여 년이 넘게 환자를 섬기는 요즘, 환자들을 떠나보낼 때 예전과는 다르게 주체치 못하는 눈물과 함께 아픈 감정을 많이 갖게 되었다.

1년 반 년 전, 직장암으로 수술한 형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상황이 내리막 길로 달려가 복부 주변과 수술한 인공항문까지 암세포들이 비집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장 루 주변에 너무 골곡이 많이 생겨 장루 봉투가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 붙어 있질 않았다. 주변으로 새어 나오는 오물을 닦아내는 그의 아내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제는 아프지 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아프다고 했었다. 얼마나 그 고통이 심하였던지 통증 조절을 위해 계속 모르핀을 요구 했다. 줄줄이 늘어진 수액줄과 몸에 붙여진 통증 조절을 위한 팻취,그렇게 투여되는 약물이 많은데도 그에겐 아주 잠깐의 시간만 평안함이 허락 했었다.

섬기는 많은 환자가 어느 한 사람 안타깝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만,그의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성품과 재능에 매료되어 꼭 친동생을 대하는것 같은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아려왔다. 기도할 때마다 말씀을 전하고 투병을 독려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얼마 안 있어 이별을 준비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참으로 어렵고 힘들 것 같았다.

형제는 대중 음악과 연극,영화, 등 장르의 전 분야를 넘나드는 음악을 창조하는 작곡가로서 셀 수 없이 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에게 아름답게 불리던 노래는 그에게 시인이요,한국이 낳은 팝 빌라드 개척자 등등 많은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그는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던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 였다.

그는 외국에서 공부하며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곁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아내를 많이 사랑했다. 갑자기 나빠진 병세로 혈압이 고르지 못해 병의 위중함이 느껴졌다. 벌써

혼수 상태인가? 오랜시간 마음을 졸이게 하던 그가 겨우 안정을 찾았다. 그는 혼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아내를 확인하고 싶었던가 보다. 아내의 손을 더듬어 꼭 쥔다.

"여보! 누구를 가장 사랑해?" 아내가 그의 귀에 대고 몇 번 질문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다. 옆에 있던 내가 조금은 거들어야 할 것 같아 "대답을 잘 해야 해!"하고 말했지만 그는 말이 없었다. 시간이 꽤 흐르고서야 그가 힘겹게 말했다.  "하나님!"아내와 아들의 이름을 부를 줄 알았는데 아주 분명한 대답이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고 그의 아내와 아들의 얼굴을 얼른 훔쳐보아야 했다. 순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나 하던 아내도,아들도 그리고 그 방안에 있던 가족이 놀라서 한목소리로 "하나님을 가장 사랑한대요! 하나님을 ...감사 합니다!" 하며 손을 맞잡았다. 모두가 안도하는 가장 정확한 대답을 함으로 그가 하나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날 자정이 넘어 집에 잠깐 들른 사이 2시간 만에 연락이 왔다. 급히 되돌아간 병실에는 막 천국으로 떠난 미소 띤 얼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후일 다시 멋지게 만날 것을 위해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사랑하는 형제여!" 라고 그와 작별 인사를 했다.

"우리 다시 만나요 슬픈 약속을 모두 기억해 영원히 흘러간 사랑이여 자랑스럽게 너를 기억해...." 사랑하던 수많은 팬들의 눈물을 담아, 노란 풍선에 소망을 실어 그가 가장 사랑하던 하나님께로 그를 보내주었다.                              

                                              글/박남규   저서'절망 끝에서 발견한 감사'외

                                                         목마르거든 2008.3월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탕자의 귀향(렘브란트)  (0) 2009.06.20
나의 아버지  (0) 2008.03.22
사랑의 대화  (0) 2007.05.02
로제타 셔우드 홀  (0) 2007.04.06
내 영혼아..  (0) 2007.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