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

그 남자의..

봄날3 2006. 8. 31. 19:49

   

       그 남자의 '화장실 센스'

 

 

 

 

 

 

 

 

 

 

 

 

 

 

      지난해 겨울, 여자 후배하나가  당시 '버닝' 하고 있는 남자 친구에 대해 침을튀며 자랑한 적이

      있었다. 보다보다 이 남자처럼 매너 좋고 자상한 친구는 첨 본다나 어쨌다나... 처음 만나던 그

      날 부터 집 앞까지 바래다 주는 건 기본이요, 한번은 수억이 넘는 인터넷 맞고 머니를 모두 탕진

      하고 평민의 신분이 되어 괴로워 하자 그녀의 아이디로 접속한후 며칠 밤을 세워 맞고의 여신으

      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그러던 어느날,그녀의 집 앞에서 화장실좀 쓰면 안 될까? 하더란다.

 

      올 것이 왔구나! 혼자사는 여자 집에? 차라리 뻔 ~ 하더라도 '차 한 잔만 하자'는 핑계를 대지 싶

      었지만 이 기회에 인간 됨됨이나 보자 싶어서 승락을 했단다, 그런데 이 남자가 정말 화장실에 들

      어가 볼일만 보고는 나이스하게 '그럼 편히...' 하고 가더란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 정도의 매너는 있다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화장실에 들어간 후 이내 세면대 꼭지를 틀어 놓았는지 소리가 들리더란다. 원룸과 붙어있는 화

      장실이라 혹여 민망한 소리가 새어 나갈까 세면대 물을 그의 섬세한 매너에 진심으로 감동했다는

      것이다. 말이 된다 싶으면서도 별 드러운 감동 다 봤네 싶더라.

 

        그리고 물 틀어 놓고 볼일 보는 섬세한 매너를 가진 남자와 그것에 감동한 여자는 지난달 결혼

      을 했다. 후배의 말에 의하면 남자는 아직도 세면대 꼭지를 트어 놓고 볼일을 본단다.심지어 가끔

      은 샤워기 까지 틀어놓고 볼일을 본다고 했다. 부부사이에도 예의가 있다지만 그건 좀 오버 아니

      냐는 말에 그녀는 한숨을 내 쉰다. 그렇치 않아도 유독 그 부분에 있어서 그거 너무 조심스러워

      는 것 같아서 이제는 결혼도 했으니까 꼭 그렇게 화장실 안 꼭지란 꼭지는 다 틀어 놓을 필요 까

      지는 없다고 했더니 섬세한 매너의 그가 생뚱맞은 표정으로 대답하더란다.

 

        "뭔 소리야? 난 어릴 때부터 물소릴 들어야 볼일을 봐!" 샤워기까지 틀어야 했던 건 변비가 심했

      던 거라나... 다소 유난 스럽긴 하지만 그 남자의 버릇은 당연히 무죄다. 죄가 있다면 생리현상에

      까지 아름다운 로맨스를 갖다 붙인 그녀의 착각일 것이다.그녀의 인터넷 맞고 머니를 위해 세웠

      던 수많은 불면의 밤에 대한 진실도 조만간 밝혀질 듯 싶다. 수만은 맞고인(人)들께서도 아시다

      시피 그게 어디 사랑만으로,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던가.

 

        만일 두 사람이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헤어졌다면 그는 그녀에게 물 틀어 놓고 볼일

      보는 매너있는 남자로 영원히 기억됐을 것이다.

 

        로맨스와 현실은 정말 이렇게도 얄팍했다.

 

 

                                        ㅡ   방송작가  신정구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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