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식물

등나무꽃 향기에 취하다

봄날3 2009. 4. 28. 09:52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칡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 갑니다

 

등나무는 콩과 식물로 학교나 공원에서 그늘을 만들기 위하여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지요

4월 말부터 5월초가 되면 꽃 향기를 날리며 주렁주렁 매달려 꽃이피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백과 사전을 찾아보니 재미난 이야기가 잇더군요

일이 까다롭게 뒤엉히어 풀기 어려울때 '갈등'(葛藤)이란 낱말을 쓰는데 갈은 칡을 등은 등나무를 가리키는 한자로 만나면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칡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 가므로 이 두 식물이 만나면 서로 먼저 감아 올라가려 하기 때문에 일이 뒤엉히게 된다는 것이라 합니다

 

 등꽃 아래서- 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라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 아래 서면

 누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

 

 세월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리

 

 때가되면 아낌없이

 보랏빛으로 보랏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꽃의 겸허함을

 배워야 하리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홍해리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이 봄날 마음 둔 것들 눈독들이다

 눈 멀면 꽃지고 상처도 사라지는가

 욕하지 마라 산것들 물 오른다고

 죽을 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바람

 마음도 주기전 날아가 버리고 마니

 내게 주는 눈길 쌓이면 무덤되리라

 꽃이 피어 온 세상 기가 넘쳐나지만

 허기진 가난이면 또 어떻겠느냐

 윤 이월 달 아래 벙그는 저 빈 자궁들

 제발 죄 받을 일이라도 있어야겠다

 취하지 않는 파도가 하늘에 닿아

 아무래도 혼자서는 못 마시겠네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등나무 아래 서면 - 홍해리

 

 밤에 잠깨어 등나무 아래 서면

 흐느끼듯 흔들리는

 보랏빛 등불이

 여름밤을 밝히고

 하얀 여인들이 일어나

 한밤중 잠 못 드는 피를 삭히며

 옷을 벗고 또 벗는다

 

깨물어도 바숴지지 않을

혓바닥에서 부는 바람

살 밖으로 튀어나는 모래알을

한 알씩 한 알씩

입술에 박아놓고 있다

끈끈한 질긴 여름나무

불꽃을

온몸에 안고 있다

 

그을음 없이 맨살로 타던

우리는

약쑥 냄새를 띄기도 하고

소금기 가신 들풀잎마다

바닷자락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고 또 죽는 남자

등은 그렇게 뻗어 올라서

여름을 압도하고

알몸으로 남는 칠월의 해일

바람만 공연히 떼미쳐 놓아

우리의 발밑까지 마르게 한다.

 

 

홍해리 시집 '花史記'1975,시문학사

 

                                        ㅡ 봄 날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