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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수다'

봄날3 2007. 3. 29. 14:05

수다

 

                                       김윤덕 기자의 줌마병법

 

 

  오전 10시,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들의 수다가 시작 된다. 아끼던 헤이즐럿 믹스를 꽃무늬 찻잔에 폼 나게 담아낸 오늘의 '마담'은 103동 은별네. 등교에 출근에 한차레 전쟁을 치른 30평 거실이 단박에 여자들 수다로 뒤덮인다.

 

  순번도 아닌 은별네가 '마담'을 자청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설이 얼마나 지났다고 또 옷 타령이신 거 있지.장롱을 열어봐도 입고 나설 옷이 없다고 전활 다 하셨어. 월급 쪼개 애들 먹이고 입히느라 나는 랑콤 크림하날 못사 바르는데,허구한 날 '뉘 집은 시부모 봄꽃 여행을 보내주었네, 뉘 집은 용돈을 올려주었네 하시며 들들 볶아 들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갑네기 다빈 엄마 무릎팍을 곧추켜세우며 바통을 잇는다. "에구,엄살은...세상에서 제일 쉬운 시어머니가 돈 좋아하는 시어머닌 거 몰라? 난요 허구헌날 듣는 잔소리가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니...' 야. 울 시어머니 명문여고 나온 엘리뜨잖아. 애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거 하나하나를  교육적 잣대에 비춰볼때 올바른지, 격이 있는지 따지고 드시는데 주말에 시댁 가는게 악몽이야,악몽."

 

  이때 108동 민준 맘이 방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뿜어낸다."시어머니면 차라리 낫죠. 전 시아버지 미워 시금치 안먹잖아요.할인마트 가서 일주일치 장 봐오면 네 남편이 뼈가 부서져라 벌어온 돈을 먹어 조지는데 쓴다고 구박, 학교 갔다 온 아이 밥 먹여 학원 보네놓고 잠깐 눈 좀 붙이려면 '네 팔자가 상팔자다' 하시는데 노래방 가서 알바라도 뛸까 봐요.

 

 "어머머머" "웬일이니" 말도 안돼" 같은 '사자성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륵보살처럼 웃고만 있는 여인이 있으니 한 달 전 이사온 203동 예슬네. '시집살이'란 말은 내 사전에 없다는 듯 여유 만만 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 본 그녀, 마침내 입을 연다. "평화와 갈등,종이 한장 차이고,세상만사 내가 마음 먹기 달렸지."

 

  쩌억~이게 웬 빙산 갈라지는 소리! 그러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예슬네 장대한 멘트를 날린다. "신혼여행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홀어머니께 1시간씩 안부전화 드리는 효자 남편이랑 딱 10년만 살아 봐. 일요일 새벽 전화를 걸어 '오늘 아침 반찬은 뭐 해줄꺼냐'묻는 홀어머니 한번 모셔 보라지. 그래서 터득한 비법이 있는데 맛보기로 하나만 가르쳐 줄까? 한 달에 한번 어머니랑 목욕탕 가기! 같이 시들시들 늙어가는 고부가 서로의 몸을 보고 있자면 뭐랄까, 동지애 같은게 느껴져. 철없는 남편, 자식 등쌀에 속절없이 사그라진 한 여인의 세월이 보인다닌깐. 모든 게 이해되고, 모든 게 용서되지. 물론 등 밀 대 박박 화풀이도 할수 있으니 일석삼조구. 하하!"

 

                                                                                          sion@chosun.com

 

                                          

 

 

 아침에 봄 햇살 가득하더니 오늘도 구름이 몰려온다. 어제 나도 양장피에 탕수욕까지 시켜먹으며 수다를 떨다 집에 가는 길..  일간지에  줌마들의 수다 이야기를 읽으니 웬지 씁슬한 마음이 드는건 왜 일까?

 

 요즘 같이 맞 벌이 하며 빠둥빠둥 살아도 힘든 세상에 그레도 즐겁게 사시는 대한민국 아줌마 들이구나 생각이 들며 그 아파트 터를 좀 의심하고 싶다 ㅎㅎ

시골에 계신 우리네 부모님들..홀로 또는 두 분이서 자식 줄려구 마늘하고 완두콩 심으며 텃밭 가꾸시는

부모님들만 봐 온 지라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얼마나 힘들까? 부모님들만 못된걸까?

 

 예슬이 엄마의 말대로 하루 한 시간씩 자기엄마 한테 전화하는 사람..부부가 없을때 하면 안될까? 여성이 더 많을 법한 상황이..효자,효녀이기전에 옆에서 듣고 싶지 않은데 들어야 하는 건 고통... 혹시 밉다보니께 잠깐이 한 시간으로 느껴지는 건 아닐까? ㅎㅎㅎ

 

그래도 시엄니와 목욕탕 가는 며느리는 고부간 갈등이 많치가 않겠꺼니..둘이서 보기도 실을텐데..      어울려 살고 더불어 산다는게 쉽지는 않치만 좀 서로 칭찬하는 방향으로 웃음꽃 피우는 줌마들의 수다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하긴 줌마들이 애들하고 남편한데 시달리다 그렇게라도 스트레스 해소해야지 머.. 사는 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 그렁거 아닌가 싶기두 하구....

 

 그들 시어머님들도 친구들 만나면 며느리 흉보고 있을테지...

웃기는 봄날이다  정말로 ㅎㅎㅎ

                                                                                       ㅡ  봄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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