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꺽인 어머님/박정래.. .우리시 12월 허리 꺽인 어머님 ㅡ 요추 2,3번에게 산수갑산 山水甲山 유람 같다던 인생에 저녁노을이 들자 문지방이 구릉처럼 솟아 어머님은 안방 침상에 영어囹圄 되셨다 썩은 초가집도 이리저리 꾸리고 가꾸어 대들보 튼튼한 우리집을 만드셨던 어머니, 2번,3번, 요추가 그 대들보가 무너져 빈집처럼.. 시 2007.12.14
망각에 대한 위로 우리시/11월호 망각에 대한 위로 나비나 벌은 그들이 좋아하는 한 종류의 꽃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한평생 풍요롭게 잘 산다 이 부질없는 욕심이여, 이미 남의 아내 된 지난날의 그 처녀 이름 잊어 먹었다고 너무 안타까워 할 것 없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왕이 누군지 몰라도 아랍을 점령한 미국 대.. 시 2007.11.27
얼굴.. 우리시 11월 얼굴 / 김동찬 미워하던 사람 있습니다. 능글능글한 웃음이 바람에 묻어올까 멀리서 도망 다니던 얼굴 있습니다. 꼬치꼬치꼬치꼬치 따지던 칼칼한 목소리 선인장 가시처럼 찌름니다 떼어내고 떼어내도 귓전에 달라붙습니다. 눈과 눈 사이의 심술 맞은 주름살 꿈에라도 보일까봐 걱정했는.. 시 2007.11.22
홍련/고미숙 우리시 9월 홍련紅蓮/고미숙 외발로 비 맞고 서 있는 홍학紅鶴이로구나 어느 질척한 인연으로 한 발 접어 가슴에 묻고 한 발 진흙밭에 푸욱 빠뜨린 채 저리 파닥이는가 날지도 머물지도 못하고 시 2007.09.15
생일/김유정 우리시 9월.. 생일 / 김유정 한 포기 사랑 이었다 꽃등불 밝힌 지상의 방 한 칸 몇 알의 열매를 남기고 훅 불을 끈다 들이쉬는 첫 숨이 내쉬는 마지막 숨에 닿아 고인 생을 왈칵 토해낸다 저 세상이 떠들썩할까 태어난 날이다 시 2007.09.12
구절초/목필균 우리시 9월 구절초 / 목필균 보랏빛 너를 만나면 쭈글쭈글한 외할머니 냄새가 난다 마음에 병이 깊어 누워 계셨던 엄마 입에 환약 넣어주신 까아만 환약 한여름을 앓고 난 맥빠진 기운 시린 바람에 기댄 아낙네를 위해 세월을 달여 환을 진 구절초 가을 들판에 나부끼는 널 만나면 들국화 여린 꽃잎이 .. 시 200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