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

사랑과 음식의 공통점

봄날3 2006. 10. 20. 01:33

     

 

 

                        

                                         사랑과 음식의 공통점

 

 

  시인 이었던 고 미당 서정주는 당대의 미식가(美食家)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어떤 시인은 미당의 미식 기질을 여성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연관짓는 시도를 한적도 있다.하긴 미식이란 게 뭔가를 감수성 있게 느끼는 행위이고 보면, 미식가의 기질을 가진 사람은 여성을 느기는 촉수도 발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애니웨이, 선수이자 미식가였던 미당이 '평생 먹어 본것 가운데 가장 훌륭한 음식은 전복 삶은 물'

이라 했단다.

호기심 천국의 영포왕자인 나는 당장 전복을 사다가 삶아 보았다.

살짝 푸르스름한 빛갈이 도는,나로선 도무지 찝지름한 맛밖에 모르겟는데 그 액체가 뭐기에 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짐작 하건데 그의 손을 들게 한 맛은 '담백함'이 아닌가 싶다. 갖은 양념으로 지지고 볶아 첫술부터 혀를 감아 도는 화려한 맛에 지친 그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 같은 담백함에 반했던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도 하고 창밖에 빗물 같다고도 하고 얄미운 나비 인것 같다고도 하지만 요즘의 나는 사랑은 음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음식은 닮은점이 많은것 같다.

  달콤할수록 몸에는 해롭다는 것,

  유통기간이 있고 변질되기도 쉽다는것,

  하지만 잘 숙성되면 처음과는 또 다른 깊은 맛을 찾을 수 있다는것,

  재료가 훌륭하면 특별한 조리나 양념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맛을 낸다는 것 !

 

   얼마전 강남에서 뜨고 있다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다가 나도 모르는 이런 말이 불쑥 튀어아왔다. '와~이거 엄청 맛있다! 근데 이거 뭐로 만든 거였지? '

원래의 재료가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꾸며진 음식에 혀가 즐거운 내 저렴한 미각이 부끄러웠다.

 

  그러고 보면 연애를 하다가 가끔 '내가 도대체 왜 이 사람이랑 사귀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건 다 이유가 있구나 싶기도 하다.

  내가 하는 사랑의 맛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시원하고 담백한 전복 삶은 물처럼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고 완벽한 맛을 내고 잇는 건

분명 아닐 것 같다.

  설탕을 줄여서 단맛을 좀 거둬내야겠다.

 

  쓸데없이 맵기만 해서 상대의 속을 할퀴는 짓도 좀 줄여야겠다.

  혀를 마비시키고 뒷맛까지 들적지근하게 만드는 조미료는 이제 그만 써야겠다 싶지만 그것 없이도괜찮은 맛을 낼 훌륭한 재료인가 싶어 나를 살피게 된다.

  도대체 내 몸 어디에 유통기간이 찍혀 있는 걸까?

 

 

                                              ㅡ 방송작가  신정구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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