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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는 네 집안에 있다

봄날3 2011. 5. 4. 14:48

 

 

 

 

원수는 네 집안에 있다

 

 

 

 

진 고문이었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무려 한 달 반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둘째가 소식도 없이 종적을 감추었다. 아내는 밤마다 불안과 공포에 내몰렸다. "여보, 혹시 그녀석이 우리를 할아버지 할머니로 만들어 버린것 아닐까?"  "혹시 마약이라도 손을 대서 경찰에 잡혀간 거 아니야?" 그 착하고 착한 아이가 연락을 끊을 일이 무엇인지 답답하기 이를데 없었다. 받지않는 전화기에 대고 호통을 쳤다.

"야, 이놈의 자식아! 너 아빠,엄마 말려 죽일 작정을 했어? 왜 연락이 없어? 무슨일이 있는 거야? 졸업했어? 못했어?"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지만 메아리 없는 소리였다.

 

'자식이 속을 썩이는 건 부모더러 변화하라는 시위다.' 내가 부모 세미나 때 부모들에게 한 소리다. 그때마다 도를 닦아야 한다고 했다. 도(道)중의 도가 '내비도(내버려 둬'라는 뜻)다.그런데 내비도가 정작 가족에게 는 통하지 않는다. 성경에 '네 원수를 사랑하라' 는 말씀은 기실 '네 가족을 사랑하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 원수는 집안에 있으니까.

 나중에야 아들 녀석이 잠적했던 이유를 알아냈다. 학점 관리를 못해 길게 공부를 하기로 했단다. 드디어 우리 집안에도 '장~학생'이 탄생했다.장학생(長學生) 말이다. 아이는 용서를 구했다.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의 앙금은 나를 괴롭혔다.

 

 수능 시험이 끝난날,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행복퐁당 _'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찾아도 답이 없는 수리영역이여/풀다가 내가 지칠 사탐. 과탐이여/시험지에 남아 있는 문제 하나는 /끝끝내 마져 찍지 못하였구나.../시곗바늘은 10분 전에 걸리었다/못 마친 이들은 슬피 운다/떨리는 수성 싸인펜은 답지 위에 정답의 이름을 부르노라/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정답을 부르다 목 쉰 그대.그대에게 재수(財數)-再修)를 명하노라.'

 

 뜻밖에도 글에 반응을 보인 것은 트친(트위터 친구)들이나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이 아닌 아들 녀석이었다.  e-메일로 답을 보내왔다.

 '점점  느려진 졸업 날짜여/신청해도 모자란 학점이여/쓰다가도 모를 리포트여/시곗바늘은 새벽을 가리켜도/...난 집에도 가지 못하고/ 졸업 못한 나는 슬피 울었지만/가족에 기대어 다시 일어나려 하네.(ㅋㅋㅋ수능이군요)'

 

이번에는 내가 울었다. 비로소 아들의 마음이 가슴 진하게 다가왔다. 아비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진로 지도나 학비 지원보다 더 급한것이 잇었다. 용서였다.깨끗이 용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용서의 수혜자는 아들이 아닌 나였다. 아들이 밉지 않았다. 오히려 긍휼의 마음이 생겼다. 긍휼을 일러 '하나님의 최상의 이름'이라 한 이유를 알 듯했다. 그 눈군가를 용서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심장(heart)'를 얻게 된다.

 

앞으로도 몇번이나 몇 번이나 울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난 안다. 내 기도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가족부터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기도하기 위해 손을 모은다. 늘 막혔던 기도가 오늘따라 수월하게 나온다.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비로소 그분의 심장(heart) 속에서 그분(He)의 예술(art)을 본다. 아, 용서!

 

                                    송길원/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목마르거든'5월호를 읽다가 송길원 목사님의 글이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고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기에 점심시간 독수리 타법으로 이 많은 글자를 쿡쿡 찍어 봤네요 ^^

 

                      ㅡ 봄 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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