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를 보고...
정말 오랫만의 영화 관람이다. 그것도 가족 모두가 본 것은 기억으로는 처음인 영화...
중학교때부터 소 꼴(깔)을 베러 다니던 시절이 있던 터라 더 보고 싶었다. 고등학교때까지 키웠던 기억이 있고 지금도 시골 집에는 창고로 쓰는 빈 외양간이 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는 5일장에 살찐 어미소를 끌고가 파시고 송아지 한마리 사오시면 어미소 떨어진 송아지의 음메~ 소리에 그날밤은 온 동네가 시그러웠던 기억이 난다.
새벽이면 할머님이 일어나 여물을 쑤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봄날은 식었던 방바닥이 따뜻 해 지는 아침에는 그렇게 일어나기 싫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인지 늙은 소와 노부부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았을까?
요즘에는 보기드믄 이야기지만 이 시대를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시골 생활,잊혀져 가는 한국 농촌 문화의 한편을 보고 요즘 신세대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영화관에 많이 보였던 나이드신 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음 속으로라도 울지 않고는 보기 힘든 영화 한편에는 웃음도 중간중간 들리는 영화관 풍경이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소 한테 하는 불평 불만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말투와 표정,그리고 불평을 많이 하시면서도 할아버지 죽으면 따라 죽겠다던 할머니의 역활이 아주 돋보인 영화로 생각된다.("소도늙고,할아버지도 늙고",두들겨야 소리나는 "라디오도 오래되고"...)
귀가 잘 안들리고 다리가 불편해도 무릎을 꿇고 기어다니며 무지막지하게 일하시는 할아버지,아픈 머리를 움켜지고 고통스러워 하고 졸다가도 소의 방울소리나 작은 울음 소리에 눈을 번쩍 뜨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소와 함께한 30년의 마지막 이야기를 3년여에 걸쳐 촬영 하면서 정말 촬영이 아니었어도 저렇게 힘들게 중노동을 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몸이 불편한 팔순의 할아버지와 앙상한 엉덩이 뼈를 드러네며 일하기 힘든 40살의 늙은소 이야기...
위 사진과 같이 소의 무게를 덜어주려 나뭇짐을 옆에서 지고 가는 모습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한편의 모습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등장한 9남매,이 소로 학교 보네고 지금은 장성해 출가하여 살고있다며 명절에 찾아온 이야기가 잠깐 나왔지만 뭔가 처리하기 힘든 부분이었던것 같다. 쌀포대에 방배동으로 어디로 자식들 보내주는 모습에선 부모님 마음은 행복이지만 보는이의 마음은 뭔가 불편했다. 영화라 하지만 시골에 한번 내려가 쌀도 실고 오고 부모님도 뵙고, 외양간 청소도 해주고...본래 그런데 혹시 영화로 촬영하다 보니 그렇게 처리했거니...
혹시 자식들만 욕 먹인 것은 아닌지...차라리 자식없는 노부부와 늙은 소의 이야기였으면 생각도 해 봤고, 30년을 함께해 죽음을 눈앞에 둔 소를 우시장에서 흥정하는 모습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소가 죽어가는 순간 코뚜레를 벗겨주고 워낭을 풀어주며 '좋은데로 가거레이' 하는 장면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핑 돌게 만들었다.
한편의 다큐맨터리 영화...
요즘 말도 많다
대통령이 관람? 영화 내용 중에는 수입쇠고기'미친소'? 반대시위 하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나가는 우마차를 카메라가 잡고 있었는데....
수익분할이 어떻고,140만명의 관객돌파,독립영화,촬영지 여행상품화,노부부의 카메라습격....
그냥 한편의 영화로,웃기고 울린 잊혀져 가는 농촌문화를 기록한 영화로 기억 하련다.
ㅡ 봄 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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